[2012.09.18] 혁명은 보듬는 것

도종환 | 2012.10.14 17:58 | 조회 2189
풀잎들이 바람에 한쪽으로 쏠리는 게 보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근처를 지나가고 있나 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더 맑아진 하늘에서 까치소리가 쏟아집니다.
어제 오후 담쟁이캠프의 조용한 해단식이 있었습니다. 빗속에서 돌아오면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조용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후보가 수십 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리고 거창한 대오를 이끌며 현충원 참배를 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다녀오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병사묘역을 참배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어느 대통령 후보가 일반 병사 묘역을 찾았던가 생각해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국가가 부를 때 응답했고 목숨을 던진 이들은 대부분 병사들입니다. 어느 전쟁 때나 그랬습니다. 어떤 전쟁이든 명분은 거창하지만 총을 들고 전선으로 나가는 이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입니다. 땀에 절은 아주 작은 급여봉투가 몇 차례 오고 한두 번의 편지 끝에 전사통지서가 날아오던 날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어루만지고 있던 비석에는 ‘1971년 1월 4일 월남에서 전사’라고 새겨 있었습니다. 베트남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죽은 이들의 영혼을 향해서는 머리 숙여 애도합니다. 그들의 아픔과 가난했던 날과 그 시대까지도 보듬어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내 경선을 함께 했던 다른 후보 진영에서 애쓰신 분들과도 다시 손을 잡아야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혁명은 보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혁명은 보듬는 것
혁명은 생명을 한없이 보듬는 것
온몸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
혁명은 보듬는 것
따뜻하게 보듬는 순간순간이 바로 혁명
어미닭이 달걀을 보듬어 안듯
병아리가 스스로 껍질 깨고 나오도록
우주를 온몸으로 보듬어 안는 것
혁명은 보듬는 것

--김지하 「남」중에서
 
돌아오면서 누군가 백의종군이라고 했던 말들 되뇌어 봅니다. 특히 우리 후보 진영에 있던 분들이 백의종군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교체, 정권교체, 정치교체를 위해 이 모든 어려운 과정을 거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재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런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요청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도 그런 평화와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도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새 시대를 밀어올린 뒤 한 알의 물방울이 되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방울로 흩어져 흔적 없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한 일을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알면(天知地知 汝知我知)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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